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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노동자의 심상찮은 천일신화

수정 삭제 조회 수 15535 추천 수 0 2008.05.16 20:47:42

기륭노동자의 심상찮은 천일신화

[시] 1000일의 시간 앞에 바치는 노래

오도엽(작가)  / 2008년05월15일 11시13분

벗에게 시낭송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기륭 노동자 농성 천 일이란다. 오는 토요일(17일) 문화제를 한단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기륭 노동자 앞에서 무슨 시란 말인가. 그것도 앞에 서서 낭송을 하라니, 기가 탁 막힌다. 감히 천 일을 싸워온 노동자 앞에서 펜 끝으로 시를 긁적이고 세치 혀끝을 놀릴 시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예 삐라를 만들어 뿌리라고 하지.

▲  사측의 불법파견에 맞서 기륭전자분회가 싸움을 벌인지 1000일이 된다. 투쟁 500일 집회에서 조합원들의 모습/참세상 자료사진

이랜드 그룹의 홍콩증시 상장을 막는 원정투쟁 취재를 위해 출국하는 날이었다. 천 일을 앞둔 기륭 노동자가 삼백일을 갓 넘긴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에게 원정투쟁에 보태라며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기륭 노동자의 봉투를 차마 받지 못하겠다던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는 그 성의에 예의 아니 의리로 봉투를 받고 출국을 했다.

원정투쟁기간 내내 더구나 뙤약볕에 삼보일배와 단식농성을 하는 동안에도 원정투쟁단은 생수 한 통 사지 못하고 돈 쓰는 것을 발발 떨었다. 원정투쟁경비를 결산하니 삼십이만 원이 남았다. 원정투쟁단은 그 자리에서 결정을 했다. 남은 경비를 기륭노동자에게 전달하자. 짝짝짝. 모두 좋아라 했다. 조류인플루엔자도 아닌데 노동자들 사이에 의심스러운 바이러스가 전염되고 있었다.

기륭 노동자의 천 일은 숫자가 아니다. 단순히 흘러간 시간이 아니다. 의심스러운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천일야화를 뛰어넘는 천 일 신화를 기륭노동자는 쓴다.

기륭노동자의 천일 신화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한 달 두 달 석 달 넉 달
삼백일 오백일 팔백일
그리고 천일
야화를 쓰는 사람이 있다

▲  참세상 자료사진

바뀐 것은 천막에서 컨테이너박스
바뀐 것은 쉰 목소리 검게 탄 얼굴
바뀐 것은 억센 철조망과 강고해진 철문

매화 지고 개나리 피고
진달래 지고 밤꽃 피고
낙엽 지고 눈꽃 피고
다시 매화 피어도
닫힌 철문 앞에서
천일
야화를 쓰는 사람이 있다

손전화에 찍힌 문자 하나로
가을 겨울 봄 여름 또
가을 겨울 봄 여름 또 다시
가을 겨울 봄
천일
야화를 쓰는 사람이 있다

이천육년 삼월에 이어 이천팔년 사월 다시 삭발로 천일야화를 쓰는 김 소 연
마이크를 잡으면 얼굴부터 붉어지던 모습 어데 가고 집회 사회도 야무지게 보며 천일야화를 쓰는 최 은 미
소복 입고 삼보일배를 하며 천일야화를 쓰는 윤 종 회
스물일곱 날 단식으로 쓰러지면서도 천일야화를 쓰는 강 화 숙
두 달 보름 일하고 복직 싸움으로 천일의 야화를 쓰는 오 석 순
깡다구 하나로 천일의 야화를 쓰는 박 행 란
명절 때는 김 양말 젓갈 팔며 천일야화를 쓰고
때론 연애 때론 결혼 때론 임신 때론 출산
세상사 골고루 천일야화를 쓰는 사람 있으니
최저임금 더하기 십원 받던 저임금 노동자
동료와 이야기 했다고 해고당한 노예 노동자
신자본주의 희생양 파견 노동자 계약직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 여기
길 찾아주는 기계 만드는 공장 앞에서 천일
길을 찾아 야화를 쓰고 있다

내 밥줄로 시작한 야화의 주인공은 이제 세상의 밥줄을 이야기한다
내 분노로 시작한 야화의 주인공은 이제 세상의 변혁을 노래한다
내 눈물로 시작한 야화의 주인공은 이제 세상의 희망을 연주한다
천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바뀌지 않은 것은 야화의 주인공을 거리로 내몬 포악한 자본뿐

허나
이제 더는 단식으로 쓰지 말자
이제 더는 삼보일배로 쓰지 말자
고공농성으로 점거농성으로 쓰지 말자
천막에서 쓰지 말고 길바닥에서 쓰지 말자
비정규직노동자의 이름으로 쓰지 말자
해고 노동자로 쓰지 말자

공장 안에서 쓰자
비정규 딱지를 떼고 쓰자
빌어먹을 해고는 미친 소나 먹으라 하고

천일 더하기 하루가 되는 날에는
기필코
공장으로 돌아간다
반드시
기륭노동자의 천일신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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