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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창언님의 명복을 빌며,

민주노총전북본부는 모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전북 완주 한솔케미칼 근무중 백혈병 발병 노동자 오늘 새벽 운명(광주송정장례식장, 발인 8월 5일)

한솔케미칼 전북 완주 봉동 공장에 2012년 입사하여 일을 하던 중 2015년 백혈병을 진단받고 투병중이던 이창언님(1984년생)이 오늘(8월 3일) 새벽 운명하셨습니다. 이는 삼성전자의 납품업체로서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하고 백혈병 발병 이후에도 그 책임을 회피한 회사와 산재인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근로복지공단에 그 책임이 있습니다.

故 이창언님은 한솔케미칼사에서 전극보호제, 세정제 등을 생산했고, 이 제품은 주로 삼성전자로 납품되어 LCD등 전자제품 생산 과정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안전장비와 안전교육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무슨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작업하였고, 이들 물질을 혼합하는 과정에서 용액이 눈과 피부에 튀고, 분진이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삼성이 요구하는 납품물량을 맞추기 위해 월 100시간 이상 잔업과 밤샘노동 등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부터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자주 찾게 되고, 10월 31일 백혈병으로 진단받아 투병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이창언님의 사정을 접한 반도체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및 민주노총전북본부를 포함한 21개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전자산업 백혈병 산재 인정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를 결성하여 2016년 4월 28일 기자회견과 함께 산재신청서를 접수하고, 근로복지공단에 백혈병 산재를 조속히 인정하고, 전자산업 감시를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산재신청인 측의 현장조사 참여를 거부했고,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등 작업 현장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부인과 세 살 된 딸, 갓 태어난 지 돌도 안 된 아이들을 두고 운명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여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줄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외면했습니다. 이창언 님이 산재를 신청한 것은 4월 28일이지만 3달이 넘게 지나도록 역학조사 조차 시작되지 못한 채 산재 승인 절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투병으로 고통 받다 목숨을 잃는 동안에도 아무런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는 산재 제도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이윤창출을 위해서 노동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사업주, 그리고 이런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정부와 주무부서인 근로복지공단의 태도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전북본부는 고 이창언 님의 유지를 받들어 노동자의 건강권 쟁취를 위해 힘차게 투쟁할 것을 결의하며, 사업주와 정부에 강력히 요청합니다. “회사는 백혈병 발병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과 사회에 진심으로 사과하라.”, “근로복지공단은 故이창언님의 산재를 조속히 승인하라!”, “정부는 전자산업 전반에 만연한 노동재해를 감시하고,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끝>

 

 

<첨부> 4월 28일 산재신청 기자회견당시 발표한 이창언님의 편지

 

저는 2012년 1월 만28세의 나이에 전주 한솔케미칼사 전자재료팀에 입사하여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 발병 발견시기인 2015년 10월까지 근무한 이창언이라고 합니다.

당시 늦은 나이에 한솔케미칼 정규직이라는 대기업에 일할 수 있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고향을 떠나 홀로 먼 타지로 일을 하기 위해 한솔케미칼에 입사하였습니다.

첫아이가 태어난 무렵부터 제품의 출하량이 급격히 늘었고 그 출하량을 맞추기 위하여 거의 자는 시간 외 에는 일만하였습니다. 생산량도 불규칙하여 작업자의 근무시간도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하루12시간 근무가 잦았고,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2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장시간 지속된 근무와 엄청난 작업량에 하루가 다르게 지쳐가고 있었고 둘째아이를 가진지 4개월 만인 2015년 10월 중순부터 몸에 반점이 생기고 감기와 같은 증상으로 동네병원을 다니다 증세에 호전이 없었습니다. 피검사를 해보니 염증수치가 높아 회사에 쉬기를 요청하였으나 근무를 더하라는 말에 그날 야간근무를 마치고 종합병원에 입원하였고 하루 만에 염증수치는 더 많이 올라있었습니다. 입원 이틀 후 백혈병이 의심 되니 큰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하라는 말을 듣고 서울 성모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의사의 진단은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이라는 30대에 나이에 믿을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값비싼 치료비와 주기적인 검사 비용도 엄청난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3살 된 딸과 이제 태어난 지 2주된 아들을 키워야하는데 이 아이들에게 아빠로써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어줘야할 시기에 딸아이를 안기에도 힘이 떨어져 나도 모르게 힘에 부쳐 벌벌 떠는 제 손을 보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만 갑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들 그리고 와이프 보기가 정말 미안하고 미안하기만 합니다 .

앞으로 저는 저의 남은 인생의 절반이상을 그저 치료와 검사를 하며 일반인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이 살아야 된다는 것에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꼭 산재로 인정받고 일평생 안고 살아야하는 이 병에 대한 치료만이라도 마음 편히 하여 아이들과 그저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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